셋째 걸음의 8장

1반도체는 왜 반쪽만 통하나 2트랜지스터 — 세상을 바꾼 스위치 3레이저 — 빛을 줄 세우다 4MRI — 스핀으로 몸속을 보다 5양자컴퓨터 — 큐비트는 무엇이 다른가 6양자암호 — 엿들으면 들킨다 7벨 부등식 — 논쟁을 실험으로 8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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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세 걸음 · 차례 과학탐구 자료실 논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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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석 논쟁

한 줄로 — 계산은 완벽히 맞는데, 그 계산이 «무엇을 말하는가»에는 아직 합의가 없다.

양자역학은 인류가 만든 가장 정확한 이론입니다. 어떤 예측은 소수점 아래 열 자리 넘게 실험과 맞습니다. 그런데도 «이 이론이 세상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에는 100년째 합의가 없습니다.

코펜하겐 해석 — 보어를 중심으로 한 표준적 입장입니다. 측정 전에는 확률만 말할 수 있고, 측정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하나로 «붕괴»합니다. 실용적이지만 «측정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사람이 봐야 하는가, 장치면 되는가)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다세계 해석 — 에버렛이 1957년에 내놓았습니다. 붕괴 같은 것은 없고, 가능한 결과들이 각각 다른 «갈래»로 모두 실현되며 우리는 그중 한 갈래를 경험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방정식에 손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세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숨은 변수 이론 — 드브로이·봄의 길입니다. 입자는 실제 위치를 가지고 «안내파»에 이끌려 움직인다고 봅니다. 결정론적이지만, 벨의 결과에 따라 비국소성(멀리 떨어진 것끼리 즉각 영향)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어긋남은 해석이라기보다 계산 가능한 메커니즘입니다(첫걸음 8장 심화). 큰 물체가 왜 중첩으로 안 보이는지는 잘 설명하지만, «왜 하필 이 결과 하나가 나왔는가»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어느 해석을 택해도 실험 결과 예측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맞는지» 실험으로 못 가리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중 무엇을 더 그럴듯하게 느끼든,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를 댈 수 있는가입니다. 그것이 첫걸음부터 여기까지 24장을 걸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 한 걸음 더 — «해석 문제»를 대하는 세 가지 태도

물리학자들도 태도가 갈립니다. ① «닥치고 계산하라» — 예측이 맞으면 됐지 의미를 따지는 것은 물리학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실용적이지만, 이 태도만으로는 새 물음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② «의미를 밝혀야 한다» — 벨이 그랬듯, 의미를 파고들다 보면 검증 가능한 새 물음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벨 부등식과 양자정보 기술 전체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③ «아직 이론이 미완성이다» — 중력까지 포함한 더 깊은 이론이 나오면 이 문제도 자연히 풀릴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주목할 점은, 오늘날 양자컴퓨터·양자암호를 떠받치는 개념들이 대부분 ②의 태도에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근본 물음»이 반세기 뒤 산업이 된 것입니다. 당장 답이 없는 물음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에도 값이 있다는 것 — 이것이 이 시리즈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생각해 볼 것
  • 실험으로 구별할 수 없는 여러 해석이 있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요?
  •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근본 물음»을 연구하는 일은 왜 필요할까요? 이 시리즈에서 본 예를 들어 설명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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