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인류가 만든 가장 정확한 이론입니다. 어떤 예측은 소수점 아래 열 자리 넘게 실험과 맞습니다. 그런데도 «이 이론이 세상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에는 100년째 합의가 없습니다.
코펜하겐 해석 — 보어를 중심으로 한 표준적 입장입니다. 측정 전에는 확률만 말할 수 있고, 측정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하나로 «붕괴»합니다. 실용적이지만 «측정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사람이 봐야 하는가, 장치면 되는가)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다세계 해석 — 에버렛이 1957년에 내놓았습니다. 붕괴 같은 것은 없고, 가능한 결과들이 각각 다른 «갈래»로 모두 실현되며 우리는 그중 한 갈래를 경험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방정식에 손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세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숨은 변수 이론 — 드브로이·봄의 길입니다. 입자는 실제 위치를 가지고 «안내파»에 이끌려 움직인다고 봅니다. 결정론적이지만, 벨의 결과에 따라 비국소성(멀리 떨어진 것끼리 즉각 영향)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어긋남은 해석이라기보다 계산 가능한 메커니즘입니다(첫걸음 8장 심화). 큰 물체가 왜 중첩으로 안 보이는지는 잘 설명하지만, «왜 하필 이 결과 하나가 나왔는가»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어느 해석을 택해도 실험 결과 예측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맞는지» 실험으로 못 가리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중 무엇을 더 그럴듯하게 느끼든,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를 댈 수 있는가입니다. 그것이 첫걸음부터 여기까지 24장을 걸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