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걸음의 8장

1파동함수를 읽는 법 2상자 속 전자 3벽을 넘지 않고 지나간다 4전자의 또 다른 성질 5두 전자는 같은 자리에 못 앉는다 6주기율표가 왜 그 모양인가 7원자가 빛을 내는 법 8양자수 넷 — 전자의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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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세 걸음 · 차례 과학탐구 자료실 논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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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두 전자는 같은 자리에 못 앉는다

파울리 배타원리

한 줄로 — 같은 상태에 둘이 들어갈 수 없다 — 이 한 줄이 물질에 «부피»를 준다.

1925년 볼프강 파울리가 내놓은 규칙은 한 문장입니다. 한 원자 안에서 두 전자가 네 양자수를 모두 똑같이 가질 수는 없다. 바꿔 말하면 하나의 상태에는 전자가 최대 한 개만 들어갑니다.

스핀이 두 값을 가지므로(4장), 위치·모양이 같은 자리(오비탈)라도 스핀이 «업»인 전자와 «다운»인 전자 두 개까지는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전자는 반드시 다른 오비탈, 대개는 더 높은 에너지 자리로 가야 합니다.

이 규칙이 없다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모든 전자가 가장 낮은 에너지 자리로 몰려 내려앉을 것이고, 모든 원자는 사실상 같은 크기의 작은 덩어리가 되며, 원소마다 성질이 다를 이유도 사라집니다. 화학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더 근본적으로, 물질이 부피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손으로 책상을 눌러도 손이 책상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전자끼리 전기적으로 밀어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두 물체의 전자들이 같은 상태에 겹쳐 앉을 수 없어서 생기는 저항이 큰 몫을 합니다. 이 저항을 축퇴압이라 부르며,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이 자기 중력으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도 바로 이것입니다.

파울리 원리는 전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핀이 반정수인 입자(페르미온) 전체에 적용됩니다. 반면 스핀이 정수인 입자(보손, 예: 광자)는 반대로 같은 상태에 얼마든지 몰려들 수 있습니다 — 레이저가 가능한 이유가 그것입니다(셋째 걸음 3장).

🔬 한 걸음 더 — «금지»가 아니라 «대칭성»에서 나온다

파울리는 처음에 이 규칙을 실험에 맞추기 위한 «금지 규칙»으로 내놓았습니다. 더 깊은 이유는 뒤에 밝혀졌습니다. 같은 종류의 두 입자는 원리적으로 구별할 수 없으므로, 둘을 맞바꿔도 관측 결과(확률)가 같아야 합니다. 확률은 \(|\psi|^2\)이니 \(\psi\) 자체는 부호가 바뀌어도 됩니다.

여기서 두 갈래가 생깁니다. 맞바꿀 때 \(\psi\)가 그대로인 입자(보손)와, 부호가 뒤집히는 입자(페르미온)입니다. 페르미온에서 두 입자가 완전히 같은 상태에 있다고 놓으면, 맞바꾸어도 상태가 그대로여야 하는데 동시에 부호가 뒤집혀야 합니다. \(\psi = -\psi\) 를 만족하는 것은 \(\psi = 0\) 뿐입니다 — 그런 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파울리 원리는 «하지 마라»는 명령이 아니라, 구별 불가능성과 대칭성에서 저절로 따라 나오는 결과입니다. 규칙이 원리에서 유도되는 이런 전환은 물리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속합니다.

💭 생각해 볼 것
  • 파울리 원리가 없다면 주기율표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 «같은 종류 입자는 구별할 수 없다»는 가정은 왜 그렇게 강력한 결론을 낳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