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볼프강 파울리가 내놓은 규칙은 한 문장입니다. 한 원자 안에서 두 전자가 네 양자수를 모두 똑같이 가질 수는 없다. 바꿔 말하면 하나의 상태에는 전자가 최대 한 개만 들어갑니다.
스핀이 두 값을 가지므로(4장), 위치·모양이 같은 자리(오비탈)라도 스핀이 «업»인 전자와 «다운»인 전자 두 개까지는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전자는 반드시 다른 오비탈, 대개는 더 높은 에너지 자리로 가야 합니다.
이 규칙이 없다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모든 전자가 가장 낮은 에너지 자리로 몰려 내려앉을 것이고, 모든 원자는 사실상 같은 크기의 작은 덩어리가 되며, 원소마다 성질이 다를 이유도 사라집니다. 화학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더 근본적으로, 물질이 부피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손으로 책상을 눌러도 손이 책상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전자끼리 전기적으로 밀어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두 물체의 전자들이 같은 상태에 겹쳐 앉을 수 없어서 생기는 저항이 큰 몫을 합니다. 이 저항을 축퇴압이라 부르며,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이 자기 중력으로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도 바로 이것입니다.
파울리 원리는 전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핀이 반정수인 입자(페르미온) 전체에 적용됩니다. 반면 스핀이 정수인 입자(보손, 예: 광자)는 반대로 같은 상태에 얼마든지 몰려들 수 있습니다 — 레이저가 가능한 이유가 그것입니다(셋째 걸음 3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