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걸음의 8장

1반도체는 왜 반쪽만 통하나 2트랜지스터 — 세상을 바꾼 스위치 3레이저 — 빛을 줄 세우다 4MRI — 스핀으로 몸속을 보다 5양자컴퓨터 — 큐비트는 무엇이 다른가 6양자암호 — 엿들으면 들킨다 7벨 부등식 — 논쟁을 실험으로 8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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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세 걸음 · 차례 과학탐구 자료실 논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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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양자암호 — 엿들으면 들킨다

BB84와 측정의 흔적

한 줄로 — «측정하면 상태가 바뀐다»는 성질을 약점이 아니라 보안 장치로 뒤집어 쓴다.

보통 암호는 «푸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계산 능력이 좋아지면 언젠가 깨질 수 있습니다. 양자암호는 다른 길을 갑니다 — 물리 법칙상 엿들으면 반드시 흔적이 남게 만듭니다.

1984년 베넷과 브라사르가 제안한 BB84 방식을 봅시다. 보내는 쪽(앨리스)이 빛 알갱이의 편광에 정보를 실어 보냅니다. 이때 두 가지 «기준»을 무작위로 섞어 씁니다 — 수직·수평 기준과, 그것을 45도 돌린 기준입니다. 받는 쪽(밥)도 어느 기준으로 잴지 무작위로 고릅니다.

둘이 같은 기준을 썼다면 결과가 일치하고, 다른 기준을 썼다면 결과는 무작위가 됩니다. 나중에 둘은 «어떤 기준을 썼는지»만 공개로 맞춰 보고(결과값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기준이 일치했던 자리만 골라 비밀 열쇠로 씁니다.

여기에 도청자(이브)가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이브는 빛 알갱이를 가로채 재야 하는데, 어느 기준으로 재야 할지 모릅니다. 잘못된 기준으로 재면 그 순간 상태가 바뀌어 버립니다(둘째 걸음 4장 심화의 «x를 재면 z가 지워진다»와 같은 일입니다). 그리고 원본을 그대로 복제해 두었다가 나중에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 복제 불가 정리에 따라 알 수 없는 양자 상태는 완벽히 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앨리스와 밥이 자기들 결과 일부를 맞춰 보면 오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집니다. 오류율이 문턱을 넘으면 «누가 들었다»고 판단하고 그 열쇠를 버립니다. 도청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도청을 반드시 들키게 만드는 것이 이 방식의 핵심입니다.

🔬 한 걸음 더 — 완벽한 보안인가 — 조건을 따져 보자

«양자암호는 절대 안 뚫린다»는 표현을 자주 보지만, 정확히는 «이상적인 장치를 가정했을 때 원리상 안전하다»입니다. 현실에는 빈틈이 있습니다.

첫째, 실제 광원은 빛 알갱이를 정확히 하나씩 내보내지 못하고 가끔 두 개 이상을 내보냅니다. 도청자가 그중 하나만 빼돌리면 흔적을 덜 남길 수 있습니다(광자 수 분리 공격). 이를 막으려고 «미끼 상태»를 섞는 기법이 개발되었습니다.

둘째, 검출기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한 공격이 실제로 시연되었습니다. 강한 빛을 쏘아 검출기를 «눈멀게» 만들어 원하는 결과를 내게 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뚫린 것은 양자역학이 아니라 장치의 구현입니다.

교훈은 분명합니다 — 보안은 수학이나 물리 원리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언제나 «가정이 실제로 성립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 «원리상 안전»하다고 할 때, 그 원리가 기대는 가정이 무엇인지 묻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생각해 볼 것
  • «도청을 막는 것»과 «도청을 들키게 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왜 후자로도 충분할까요?
  • 복제 불가 정리가 없다면 BB84는 왜 무너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