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암호는 «푸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계산 능력이 좋아지면 언젠가 깨질 수 있습니다. 양자암호는 다른 길을 갑니다 — 물리 법칙상 엿들으면 반드시 흔적이 남게 만듭니다.
1984년 베넷과 브라사르가 제안한 BB84 방식을 봅시다. 보내는 쪽(앨리스)이 빛 알갱이의 편광에 정보를 실어 보냅니다. 이때 두 가지 «기준»을 무작위로 섞어 씁니다 — 수직·수평 기준과, 그것을 45도 돌린 기준입니다. 받는 쪽(밥)도 어느 기준으로 잴지 무작위로 고릅니다.
둘이 같은 기준을 썼다면 결과가 일치하고, 다른 기준을 썼다면 결과는 무작위가 됩니다. 나중에 둘은 «어떤 기준을 썼는지»만 공개로 맞춰 보고(결과값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기준이 일치했던 자리만 골라 비밀 열쇠로 씁니다.
여기에 도청자(이브)가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이브는 빛 알갱이를 가로채 재야 하는데, 어느 기준으로 재야 할지 모릅니다. 잘못된 기준으로 재면 그 순간 상태가 바뀌어 버립니다(둘째 걸음 4장 심화의 «x를 재면 z가 지워진다»와 같은 일입니다). 그리고 원본을 그대로 복제해 두었다가 나중에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 복제 불가 정리에 따라 알 수 없는 양자 상태는 완벽히 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앨리스와 밥이 자기들 결과 일부를 맞춰 보면 오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집니다. 오류율이 문턱을 넘으면 «누가 들었다»고 판단하고 그 열쇠를 버립니다. 도청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도청을 반드시 들키게 만드는 것이 이 방식의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