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무엇인지를 두고 물리학자들은 200년 넘게 다투었습니다. 뉴턴은 빛이 작은 알갱이라고 보았습니다. 빛이 똑바로 나아가고 거울에 튕기는 것이 공이 벽에 튕기는 것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반대편에는 하위헌스가 있었습니다. 그는 빛이 물결 같은 파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턴의 이름이 워낙 무거워 한동안은 알갱이 쪽이 이겼습니다.
판을 뒤집은 것은 1801년 토머스 영의 실험이었습니다. 그는 빛을 아주 좁은 틈 두 개에 동시에 통과시켰습니다. 만약 빛이 알갱이라면 스크린에는 틈 모양대로 밝은 자국 두 줄이 생겨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타난 것은 밝고 어두운 줄이 여러 개 번갈아 늘어선 무늬였습니다. 이것을 간섭무늬라고 합니다.
간섭은 파동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잔잔한 물에 돌 두 개를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다 서로 만납니다. 마루와 마루가 만난 곳은 더 높아지고(보강간섭), 마루와 골이 만난 곳은 서로 상쇄되어 잔잔해집니다(상쇄간섭). 영의 실험에서 밝은 줄은 보강간섭, 어두운 줄은 상쇄간섭이 일어난 자리입니다. 알갱이 두 개가 부딪혀 사라지는 일은 없으니, 이 무늬는 빛이 파동이라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여기까지였다면 이야기는 깔끔하게 끝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 빛이 알갱이처럼 행동하는 증거도 나왔습니다(3장 광전효과). 더 이상한 일은 그 뒤에 벌어졌습니다. 빛의 세기를 아주 약하게 줄여 알갱이 하나씩 쏘아 보낸 것입니다. 한 개씩 보냈으니 서로 간섭할 상대가 없어야 합니다. 스크린에는 처음엔 점이 하나씩 찍혔습니다 — 알갱이답게. 그런데 그 점이 수만 개 쌓이자, 점들이 모여 만든 그림은 다시 간섭무늬였습니다.
알갱이 하나가 두 틈을 동시에 지나 스스로와 간섭한 셈입니다.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어느 틈으로 지나갔는지» 확인하는 장치를 달았습니다. 그러자 간섭무늬는 사라지고 줄 두 개만 남았습니다. 보려고 하면 알갱이처럼, 보지 않으면 파동처럼 행동한 것입니다. 이 성질을 빛의 이중성이라 부르며, 양자역학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 한 걸음 더 — 왜 「둘 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나
여기서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빛은 사실 알갱이인데 파동처럼 보이는 것»이라거나 그 반대라는 생각입니다. 물리학이 내린 결론은 그보다 불편합니다. 빛은 우리가 아는 알갱이도 아니고 우리가 아는 물결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실험을 하느냐에 따라 알갱이의 얼굴 또는 파동의 얼굴을 보여 줍니다. 두 얼굴을 한 실험에서 동시에 볼 수는 없습니다 — 보어는 이것을 상보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이 과학에서 중요한 이유는, 자연이 우리 일상 언어에 맞춰 주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분명히 보여 준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알갱이»와 «물결»은 우리가 눈으로 본 것에서 만든 말입니다. 원자보다 작은 세계는 우리 눈이 닿은 적 없는 곳이니, 그곳을 우리 말로 완벽히 옮길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합니다.
✏️ 이 장의 문제 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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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1기본
이중슬릿 실험에서 스크린에 나타나는 밝고 어두운 무늬를 ( )무늬라고 하며, 이는 빛이 ( )이라는 성질을 가진다는 증거이다.
B02기본
"이중슬릿 실험에서 광자를 한 개씩 아주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쏘아도, 충분히 많이 쏘면 결국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O, X) 이유도 서술하시오.
B03기본
이중슬릿 실험에서 "광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측정 장치로 관찰하면, 스크린의 간섭무늬는 어떻게 변하는가?
B21기본
이중슬릿 실험에서 빛을 두 개의 슬릿에 통과시키면 스크린에는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반복되는 무늬가 나타난다. 이 무늬의 이름은 무엇이며, 이 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은 빛이 ( )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B22기본
"빛은 이중슬릿 실험에서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빛은 파동이지 입자는 아니다." 이 문장은 옳은가? OX로 답하고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쓰시오.
B23기본
이중슬릿 실험에서 '광자가 어느 슬릿을 지나가는지' 관측 장치를 달아 확인하면, 스크린의 간섭무늬는 어떻게 되는가?
M01중간
이중슬릿 실험에서 광자를 하나씩,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크린에 쏘았다. 처음에는 점이 무작위로 찍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이 충분히 많이 쌓이면 스크린에는 밝고 어두운 줄무늬(간섭무늬)가 나타난다. 이 결과가 빛의 어떤 성질을 보여주는지 한두 문장으로 서술하시오.
M02중간
이중슬릿 앞에 '광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아내는 관측 장치를 설치하면, 스크린에는 더 이상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두 개의 굵은 줄만 남는다.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S01심화
이중슬릿 실험에서 전자를 총알처럼 하나씩, 아주 긴 시간 간격을 두고 쏘았다. 스크린에는 전자가 한 개씩 무작위한 위치에 점으로 찍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수만 개가 쌓이자 밝고 어두운 줄무늬(간섭무늬)가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가 왜 '전자 하나하나가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는지 설명하시오.
S02심화
다음은 한 학생의 설명이다. '전자는 원래 알갱이니까, 어느 슬릿으로 지나갔는지 슬릿 옆에 검출기를 달아 확인해도 스크린에는 여전히 간섭무늬가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이 설명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 고치시오.
S09심화
이중슬릿 실험은 빛의 파동성을, 광전효과는 빛의 입자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두 실험이 각각 무엇을 근거로 파동성/입자성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하고, 둘을 함께 놓고 보면 빛의 본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서술하시오.
S11심화
전자를 이중슬릿에 한 개씩 발사하며 스크린 도달 위치를 기록했다. 10개일 때는 무작위, 1,000개일 때는 특정 구역에 몰리기 시작, 100,000개일 때는 뚜렷한 간섭무늬가 형성됐다. 전자 하나하나의 도착 위치는 예측 불가능한데도 왜 많이 쌓이면 항상 같은 간섭무늬로 수렴하는지 설명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