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걸음의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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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반도체는 왜 반쪽만 통하나

에너지 띠와 띠틈

한 줄로 — 원자가 모이면 준위가 «띠»가 된다 — 띠 사이의 틈 크기가 도체·부도체·반도체를 가른다.

둘째 걸음에서 원자 하나의 전자 준위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원자를 수없이 모아 고체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파울리 원리 때문에 같은 상태에 둘이 들어갈 수 없으므로(둘째 걸음 5장), 이웃한 원자들의 같은 준위가 서로 조금씩 어긋나며 갈라집니다. 원자가 \(10^{23}\)개쯤 모이면 갈라진 준위들이 촘촘히 늘어서 사실상 연속된 띠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띠와 띠 사이에 전자가 있을 수 없는 구간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띠틈(band gap)이라 합니다. 전자가 채워진 가장 높은 띠를 원자가띠, 그 위 비어 있는 띠를 전도띠라 부릅니다.

전류가 흐르려면 전자가 «움직일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꽉 찬 띠 안에서는 전자가 자리를 바꿀 수 없어 아무리 전압을 걸어도 흐르지 못합니다. 여기서 세 갈래가 갈립니다. ① 도체 — 띠가 반쯤 차 있거나 두 띠가 겹쳐 있어 빈자리가 널려 있습니다(구리·알루미늄). ② 부도체 — 원자가띠는 꽉 찼고 띠틈이 아주 커서(대략 5 eV 이상) 전자가 넘어갈 수 없습니다(다이아몬드·유리). ③ 반도체 — 띠틈이 «애매하게» 작습니다(규소는 약 1.1 eV).

이 «애매함»이 반도체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상온의 열에너지나 빛을 조금 받으면 일부 전자가 띠틈을 넘어 전도띠로 올라가 전류가 흐릅니다. 넘어간 전자가 남긴 빈자리를 양공이라 하고, 이것도 양전하를 띤 입자처럼 움직여 전류를 나릅니다.

즉 반도체는 «항상 통하지도, 항상 막지도 않는» 물질입니다. 조건에 따라 통했다 막혔다 하는 이 성질이 스위치를 가능하게 하고, 그 스위치가 다음 장의 트랜지스터입니다.

🔬 한 걸음 더 — 불순물을 일부러 넣는다 — 도핑

순수한 규소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원자를 아주 조금 섞습니다 — 도핑입니다. 규소는 최외각 전자가 4개인데, 여기에 5개인 인을 섞으면 결합에 쓰이고 남은 전자 하나가 쉽게 전도띠로 올라갑니다(n형). 반대로 3개인 붕소를 섞으면 전자가 하나 모자라 양공이 생깁니다(p형).

이제 n형과 p형을 맞붙이면(p-n 접합) 경계에서 전자와 양공이 서로 채워지며 «비어 있는 구역»이 생기고, 그 구역에 전기장이 생겨 한쪽 방향으로만 전류가 흐릅니다 — 다이오드입니다. 도핑 농도는 대략 원자 1억 개당 1개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이 미세한 «불순물»이 성질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이 반도체 기술의 핵심이고, 그래서 반도체 공장이 그토록 청결에 매달립니다.

💭 생각해 볼 것
  • 띠틈의 크기 하나로 도체·부도체·반도체가 갈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 «순수한 것이 좋다»는 생각이 반도체에서는 왜 뒤집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