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걸음의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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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MRI — 스핀으로 몸속을 보다

핵자기공명

한 줄로 — 몸속 수소 원자핵의 스핀을 흔들어, 되돌아오는 신호로 그림을 그린다.

병원에서 찍는 MRI는 이름 그대로 «자기공명영상»입니다. 방사선을 쓰지 않는데 어떻게 몸속을 볼까요? 답은 둘째 걸음 4장의 스핀에 있습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은 물이고, 물에는 수소가 많습니다. 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 하나인데, 이 양성자도 전자처럼 스핀을 가집니다. 스핀이 있으니 작은 자석처럼 굴고, 강한 자기장 속에 넣으면 자기장 방향과 나란한 상태와 반대인 상태로 에너지가 갈라집니다.

이때 갈라진 에너지 차이에 딱 맞는 진동수의 전파를 쏘면 양성자들이 그 에너지를 흡수해 «뒤집힙니다»(공명). 전파를 끄면 양성자들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서 그 에너지를 다시 전파로 내놓습니다. 이 신호를 받아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MRI입니다.

핵심은 돌아오는 속도가 조직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지방·근육·물·종양은 주변 환경이 달라 회복 시간이 다르고, 그 차이가 밝기 차이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뼈에 가려진 연부조직을 CT보다 잘 봅니다.

어디서 온 신호인지는 어떻게 알까요? 자기장의 세기를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만듭니다(경사자기장). 그러면 공명 진동수가 위치마다 달라지므로, 되돌아온 신호의 진동수를 분석하면 어느 지점에서 온 신호인지 역산할 수 있습니다. 이 영상화 방법으로 라우터버와 맨스필드가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 한 걸음 더 — 왜 «핵»이라는 말을 뗐나

이 기술의 원래 이름은 핵자기공명영상(NMRI)이었습니다. 물리학과 화학에서는 지금도 NMR이라 부르며, 분자 구조를 알아내는 표준 도구입니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는 «핵»이라는 말이 방사능을 연상시켜 환자들이 꺼렸고, 결국 그 글자를 떼고 MRI가 되었습니다.

오해를 풀어 두면 — MRI에서 «핵»은 원자핵의 스핀을 이용한다는 뜻일 뿐, 핵분열이나 방사선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쓰이는 것은 강한 자기장과 라디오 진동수의 전파뿐이라 X선·CT와 달리 이온화 방사선 피폭이 없습니다.

다만 자기장이 매우 강하므로(보통 1.5~3 테슬라, 지구 자기장의 수만 배) 금속을 지닌 채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인공 심박동기나 금속 삽입물이 있는 환자가 MRI를 못 찍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 생각해 볼 것
  • MRI가 CT와 달리 방사선 피폭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어디서 온 신호인지»를 알아내는 방법(경사자기장)의 아이디어를 자기 말로 설명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