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내내 «에너지가 띄엄띄엄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왜 그런지는 미뤄 두었습니다. 이제 가장 단순한 모형으로 그 이유를 직접 봅니다 — 상자 속 입자입니다.
길이 \(L\)인 상자 안에 전자를 가둡니다. 벽은 아주 높아서 전자가 밖으로 못 나갑니다. 전자는 파동이므로(첫걸음 5장), 상자 안에 갇힌 파동은 줄의 양 끝이 고정된 기타 줄과 같은 처지가 됩니다. 양 끝에서 \(\psi = 0\) 이어야 하고, 그 조건을 만족하는 파동은 아무것이나 되는 게 아니라 정상파 몇 가지뿐입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상자 길이가 반파장의 정수배여야 합니다 — \(L = n\dfrac{\lambda}{2}\), 곧 \(\lambda = \dfrac{2L}{n}\) (\(n = 1, 2, 3, \dots\)). 여기에 드브로이 관계 \(\lambda = \dfrac{h}{p}\) 를 넣으면 운동량이 \(p = \dfrac{nh}{2L}\) 로 정해집니다.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뿐이므로 \(E = \dfrac{p^2}{2m}\) 에 대입하면 \(E_n = \dfrac{n^2h^2}{8mL^2}\) 가 나옵니다. \(n\)이 정수이므로 에너지도 띄엄띄엄한 계단이 됩니다. 가정을 따로 넣은 것이 아니라, «가두면 정상파만 남는다»는 조건에서 저절로 나온 결과입니다.
이 식은 두 가지를 더 말해 줍니다. 첫째, 가장 낮은 에너지가 0이 아닙니다(\(n=1\)). 전자는 «완전히 멈춰 있을» 수 없습니다 — 멈추면 운동량이 0으로 정확해지는데, 좁은 상자에 갇혀 위치도 정확하니 불확정성 원리에 어긋납니다. 이 최소 에너지를 영점에너지라 합니다. 둘째, \(L\)이 작을수록(더 좁게 가둘수록) 에너지 간격이 커집니다 — 그래서 원자처럼 작은 곳에서는 양자 효과가 뚜렷하고, 큰 상자에서는 계단이 촘촘해져 연속처럼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