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걸음의 8장

1파동함수를 읽는 법 2상자 속 전자 3벽을 넘지 않고 지나간다 4전자의 또 다른 성질 5두 전자는 같은 자리에 못 앉는다 6주기율표가 왜 그 모양인가 7원자가 빛을 내는 법 8양자수 넷 — 전자의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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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세 걸음 · 차례 과학탐구 자료실 논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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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상자 속 전자

왜 에너지가 띄엄띄엄한가

한 줄로 — 가두면 파동이 정상파가 되고, 정상파는 몇 가지만 가능하다 — 그래서 에너지가 계단이 된다.

첫걸음 내내 «에너지가 띄엄띄엄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왜 그런지는 미뤄 두었습니다. 이제 가장 단순한 모형으로 그 이유를 직접 봅니다 — 상자 속 입자입니다.

길이 \(L\)인 상자 안에 전자를 가둡니다. 벽은 아주 높아서 전자가 밖으로 못 나갑니다. 전자는 파동이므로(첫걸음 5장), 상자 안에 갇힌 파동은 줄의 양 끝이 고정된 기타 줄과 같은 처지가 됩니다. 양 끝에서 \(\psi = 0\) 이어야 하고, 그 조건을 만족하는 파동은 아무것이나 되는 게 아니라 정상파 몇 가지뿐입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상자 길이가 반파장의 정수배여야 합니다 — \(L = n\dfrac{\lambda}{2}\), 곧 \(\lambda = \dfrac{2L}{n}\) (\(n = 1, 2, 3, \dots\)). 여기에 드브로이 관계 \(\lambda = \dfrac{h}{p}\) 를 넣으면 운동량이 \(p = \dfrac{nh}{2L}\) 로 정해집니다.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뿐이므로 \(E = \dfrac{p^2}{2m}\) 에 대입하면 \(E_n = \dfrac{n^2h^2}{8mL^2}\) 가 나옵니다. \(n\)이 정수이므로 에너지도 띄엄띄엄한 계단이 됩니다. 가정을 따로 넣은 것이 아니라, «가두면 정상파만 남는다»는 조건에서 저절로 나온 결과입니다.

이 식은 두 가지를 더 말해 줍니다. 첫째, 가장 낮은 에너지가 0이 아닙니다(\(n=1\)). 전자는 «완전히 멈춰 있을» 수 없습니다 — 멈추면 운동량이 0으로 정확해지는데, 좁은 상자에 갇혀 위치도 정확하니 불확정성 원리에 어긋납니다. 이 최소 에너지를 영점에너지라 합니다. 둘째, \(L\)이 작을수록(더 좁게 가둘수록) 에너지 간격이 커집니다 — 그래서 원자처럼 작은 곳에서는 양자 효과가 뚜렷하고, 큰 상자에서는 계단이 촘촘해져 연속처럼 보입니다.

🔬 한 걸음 더 — 이 장난감 모형이 실제로 쓰이는 곳

«상자 속 입자»는 교과서용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실제 물질을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양자점(quantum dot)입니다. 반도체를 나노미터 크기로 아주 작게 만들면 그 안의 전자가 말 그대로 «상자에 갇힌» 상태가 됩니다. 위 식에서 \(L\)이 작아지면 에너지 간격이 커지므로, 점의 크기만 바꿔도 내는 빛의 색이 달라집니다. 같은 물질인데 작게 만들면 파랑, 크게 만들면 빨강이 나옵니다.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이미 팔리는 기술입니다. QLED 텔레비전의 «Q»가 바로 양자점이고, 2023년 노벨 화학상은 양자점을 발견·합성한 연구에 돌아갔습니다. 중학교 수준의 정상파 조건과 드브로이 식만으로 «왜 크기가 색을 정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모형의 힘입니다.

💭 생각해 볼 것
  • 상자를 크게 만들수록 에너지 계단이 촘촘해집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큰 물체»는 왜 양자 효과가 안 보일까요?
  • 전자가 완전히 멈출 수 없다는 것(영점에너지)은 무엇을 뜻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