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걸음의 8장

1반도체는 왜 반쪽만 통하나 2트랜지스터 — 세상을 바꾼 스위치 3레이저 — 빛을 줄 세우다 4MRI — 스핀으로 몸속을 보다 5양자컴퓨터 — 큐비트는 무엇이 다른가 6양자암호 — 엿들으면 들킨다 7벨 부등식 — 논쟁을 실험으로 8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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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레이저 — 빛을 줄 세우다

유도방출

한 줄로 — 빛 알갱이가 «자기와 똑같은» 빛 알갱이를 만들어 내게 하는 기술.

보통 전구의 빛은 원자들이 제각기 아무 때나 내놓은 빛이라 방향도 파장도 위상도 뒤죽박죽입니다. 레이저는 정반대입니다 — 파장이 거의 하나이고, 위상이 맞고, 한 방향으로 곧게 나갑니다. 어떻게 그렇게 만들까요?

열쇠는 1917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유도방출입니다. 들뜬 상태의 원자 옆으로 빛 알갱이 하나가 지나가면, 그 원자가 «그 빛과 파장·방향·위상이 똑같은» 빛 알갱이를 하나 더 내놓으며 내려옵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는 식으로 복제가 일어납니다.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보통 상태에서는 낮은 준위에 있는 원자가 훨씬 많아, 빛이 복제되기보다 흡수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들뜬 원자가 바닥 원자보다 많은 상태를 억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밀도반전이라 하고, 강한 빛이나 전류로 «펌핑»해서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거울 두 장 사이에 이 물질을 넣습니다. 빛이 왕복하며 계속 복제를 일으키고, 한쪽 거울을 살짝 투과시키면 그리로 레이저 빔이 나옵니다. 1960년 메이먼이 루비 결정으로 처음 작동시켰습니다.

여기서 둘째 걸음 5장이 돌아옵니다. 빛 알갱이는 보손이라 같은 상태에 얼마든지 몰려들 수 있습니다. 전자였다면 파울리 원리 때문에 «똑같은 상태의 복제»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레이저가 가능한 근본 이유는 빛이 보손이기 때문입니다.

🔬 한 걸음 더 — 레이저가 쓰이는 곳 — 왜 하필 레이저인가

레이저의 쓸모는 «밝아서»가 아니라 세 가지 성질에서 나옵니다. ① 단색성(파장이 거의 하나) — 특정 물질만 골라 반응시키거나, 아주 정밀하게 길이를 잽니다. ② 지향성(퍼지지 않음) — 달에 반사경을 두고 지구에서 레이저를 쏘아 지구-달 거리를 센티미터 단위로 잽니다. ③ 간섭성(위상이 맞음) — 홀로그램과 간섭계가 가능합니다.

③의 극단적인 예가 중력파 검출기 LIGO입니다. 4 km 길이의 두 팔에 레이저를 보내 되돌아온 빛의 간섭을 봅니다. 중력파가 지나가며 팔 길이를 바꾸면 간섭 무늬가 흔들리는데, 그 변화량이 양성자 지름의 1만분의 1 수준입니다. 이런 측정은 위상이 완벽히 맞는 빛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2015년 첫 검출, 2017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습니다.

💭 생각해 볼 것
  • «밀도반전»을 억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레이저가 보손이라서 가능하다면, 전자로는 왜 같은 일을 할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