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정밀하게 자르고 고치는 크리스퍼 기술을 알아보고, '치료'와 '향상'의 경계가 어디인지 함께 생각해 봅니다. 과학은 계속 앞서 나가는데, 그 기술을 어디까지 쓸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가 함께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2012년 제니퍼 다우드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는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라는 유전자 편집 도구를 발표했다(이 공로로 두 사람은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 '가이드 RNA'라는 짧은 분자가 원하는 DNA 서열을 정확히 찾아가면, 그와 결합한 카스9이라는 단백질이 가위처럼 그 자리를 자른다. 세포는 잘린 DNA를 스스로 복구하는데, 이 복구 과정을 이용해 유전자를 고장 내거나 원하는 서열로 바꿔 넣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실제 치료에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겸상적혈구빈혈증(적혈구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해 통증과 빈혈을 일으키는 유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크리스퍼 치료제가 실제로 승인되어 임상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직접 찾아 고쳐 병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이는 의학이 오래전부터 꿈꿔온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선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같은 가위 기술을, 병을 고치는 데가 아니라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유전자를 미리 바꾸는 데 쓴다면 어떨까? 2018년 중국의 한 과학자(허젠쿠이)가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막겠다며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해 실제로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이 시술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태어날 아기 본인의 동의를 구할 방법이 없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가 자손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국제 과학계 대부분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질병 치료'와 '향상(enhancement)'의 경계가 어디인가이다. 유전병을 고치는 것은 대체로 널리 동의를 얻지만, 키·지능·외모처럼 '병은 아니지만 더 나아 보이는' 특성을 유전자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훨씬 논쟁적이다. 문제는 이 둘의 경계가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 예를 들어 '또래보다 많이 작은 키'는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할까, 그저 하나의 개인차로 존중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