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우와 신 포도 🔑 자기합리화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배가 몹시 고픈 여우 한 마리가 숲길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높다란 시렁 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를 보았다. 잘 익어 반들반들 윤이 나는 포도알이 햇빛에 보석처럼 빛났다. "오호, 저것 참 탐스럽구나. 저 포도만 따 먹으면 이 배고픔이 싹 가시겠지." 여우는 입맛을 다시며 뒷다리에 힘을 모아 힘껏 뛰어올랐다. 그러나 포도는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여우는 다시 물러섰다가 온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한 번, 두 번, 열 번…… 뛰면 뛸수록 숨만 가빠지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아무리 애를 써도 포도는 여전히 저 높은 곳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지칠 대로 지친 여우는 헝클어진 털을 툭툭 털며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코를 훌쩍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흥, 어차피 저 포도는 아직 덜 익어서 시기만 할 거야. 저런 신 포도는 거저 준대도 안 먹지." 여우는 짐짓 태연한 척 걸음을 옮겼지만, 정말 포도가 시어서가 아니었다. 제 힘으로 얻지 못한 것을 애써 깎아내려 마음의 불편함을 달래려는 것이었다.
배고픈 여우가 높이 매달린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보고 뛰어오른다. 몇 번이고 힘껏 도약하지만 끝내 포도에 닿지 못한다. 결국 지친 여우는 돌아서면서 "저 포도는 아직 덜 익어 시어서 못 먹겠다"고 중얼거린다. 정말 시어서가 아니라 자기 힘으로 얻지 못한 것을 애써 깎아내린 것이다. 사람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하면 그것의 가치를 부정해 마음의 불편함을 덜려 한다. 이 우화는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대상을 폄하해 자존심을 지키려는 자기합리화의 태도를 꼬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