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은 날을 떠올려 보자. 새 신발, 새 휴대폰, 오래 벼르던 물건. 그날의 기쁨은 분명 컸다. 그런데 그 기쁨은 얼마나 오래갔을까. 며칠, 길어야 몇 주. 어느새 마음은 또 다른 것을 향해 있다. 분명히 원하던 것을 얻었는데, 그 자리에는 다시 빈 곳이 생긴다. 우리는 왜 채워도 채워도 모자랄까.
먼저 '필요'와 '욕망'을 갈라 보자. 목이 마르면 물이 필요하다. 물을 마시면 갈증은 사라지고, 더 마시라고 누가 등을 떠밀어도 우리는 그만 마신다. 필요는 이렇게 끝이 있다. 그런데 욕망은 다르다. 갖고 싶던 가방을 손에 넣으면, 갈증이 풀리기는커녕 옆 사람의 더 좋은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필요는 채우면 조용해지지만, 욕망은 채우는 순간 자리를 옮겨 다시 목소리를 낸다.
옛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는 이 마음을 '밑 빠진 독'에 비유했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바닥으로 새어 나가 결코 차지 않는 독. 그는 말했다. 어떤 것은 갖지 못했을 때 가장 좋아 보이고, 정작 손에 넣으면 빛이 바랜다고. 그러니 문제는 물건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독에 바닥이 없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욕망은 어리석은 것, 없애야 할 병일까. 그리스의 에피쿠로스는 욕망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배고픔처럼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것, 맛있는 음식처럼 자연스럽지만 없어도 되는 것, 그리고 끝없는 부와 명예처럼 자연스럽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헛된 것. 그는 마지막 욕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아타락시아—이 온다고 보았다. 더 채우려 애쓰기보다, 원하는 것을 줄이는 쪽이 오히려 더 부유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욕망을 다 지울 수 있을까. 근대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다르게 보았다. 그는 "우리는 좋다고 판단해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좋다고 여긴다"고 했다. 욕망은 우리가 골라서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살아 있는 한 함께 가는 마음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욕망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그 정체를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할 대상이 된다.
여기에 오늘의 물음이 겹친다. 광고는 없던 갈증을 만들어 낸다. 화면 속 누군가가 들고 있으면, 어제까지 몰랐던 물건이 갑자기 '필요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원하는 이것은, 정말 내 마음에서 자라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심어 준 것일까.
채워도 모자란 마음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밑 빠진 독을 원망할 것인가, 붓는 물의 양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그 독이 무엇을 담고 싶어 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볼 것인가. 답을 서두르기 전에, 오늘 내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들 가운데 진짜 필요는 무엇이고 옮겨 다니는 욕망은 무엇이었는지, 한 번 나누어 보는 일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 개념/사람 | 요지 |
|---|---|
| 필요(need) ↔ 욕망(desire) | 필요는 채우면 사라지지만, 욕망은 채워도 모습을 바꿔 되살아난다. |
| 루크레티우스 · 밑 빠진 독 | 바닥 없는 독처럼, 욕망은 부어도 차지 않는다. 못 가질 때 가장 좋아 보인다. |
| 에피쿠로스 · 아타락시아 | 욕망을 셋으로 나눠(필요/불필요하나 자연/헛됨), 헛된 욕망을 버려 마음의 평정에. |
| 스피노자 · 코나투스 | "좋아서 원하는 게 아니라 원하기에 좋다 여긴다." 욕망은 살아 있음의 힘 → 이해가 곧 자유. |
| 소비사회 · 만들어진 필요 | 광고는 없던 갈증을 빚는다. 내 욕망이 정말 '내 것'인지 묻게 된다. |
에피쿠로스식 절제 vs 스피노자식 이해·조절 vs 욕망을 삶의 동력으로 보는 관점. — 욕망을 줄이면 정말 더 행복해지는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치인가, 아니면 광고·사회가 만들어낸 "필요"인가? 소비사회에서 자율적 욕망은 가능한가?
최근에 "꼭 필요하진 않은데 갖고 싶었던 것"을 하나 떠올려 보자. 왜 갖고 싶었나?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상징했나(멋짐·인정·소속감…)? 손에 넣은 뒤 마음은 어떻게 변했나?
이 지문은 이주의 화두 「채워도 왜 모자랄까」(욕망과 필요)와 짝을 이룹니다. 화두에는 초1·초·중·고·사색 눈높이별 물음과 생각거리가 있어, 발표·토론 전에 함께 열어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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